서 론:한국에서 술은 사회화의 가장 중요한 관문이요, 사회 구성원의 전공 필수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학교, 회사가 모두 음주 훈련 기관으로 고등학생도 입시 끝나면 술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입학 첫날을 술로 시작해서 졸업하는 날 술로 끝낸다. 취직하면 상사들이 따라주는 술잔을 모두 받아 마시는 고역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해 술상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국만큼 술을 빨리, 그리고 많이 마시는 민족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 점에서 한국은 단연 세계 정상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만큼 술 문화 또한 다양하고 독특하게 나타나고 있다.
본고에서는 한국에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술 문화의 모습을 살펴보고,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술문화가 전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기여하는지, 왜 그러한 술문화가 나타나게 되었는지, 술 문화가 가지는 순기능과 역기능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해 봄으로써 바람직한 술문화 정착을 위해 앞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할 점들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술문화에 대한 선행 연구는 대학생 및 직장인의 술문화에 대한 실태조사와 문제점 분석[①], 술과 다른 분야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②](술과 여가·노동, 술과 매스미디어, 술과 자본주의 등), 각 나라별 술문화 비교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선행 연구는 대부분 자신의 직·간접적 경험에 비추어 실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술문화를 관찰·기술·분석하고 있다. 설문조사나 실태 관찰 등의 실제 조사 방법이 주로 사용되었다.
본고에서는 문헌연구에 의존하여 다양한 자료에 산재되어 있는 한국의 술 문화와 그러한 술 문화가 나타나게 된 배경, 각각의 술문화가 지니는 순기능·역기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좀 더 바람직한 한국인의 술문화 정착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하였다.
한국인 특유의 술 문화는 법적으로 술을 마셔서는 안 되는 미성년자부터 대학생, 직장인 까지 대부분 비슷한 양상을 띠며 나타난다.
여기서 ‘한국인’이란 대한민국 내에서 생활하여 한국인의 문화가 몸에 익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한다. 한국인이더라도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살았다면 한국인의 문화보다 외국의 문화가 익숙할 것이므로 본 연구 대상 범위에는 포함시키기 힘들다.
‘술 문화’란 술 마실 때의말과 행동, 태도 모두를 아우르는, 한국 사회 내에서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의도적 · 비의도적인 것 모두를 포함한다. 즉 한국인 술 문화는 다른 나라의 문화와 다르게 한국 문화에서만 주로 찾아 볼 수 있는 것으로 술자리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언행과 태도의 양상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