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조선시대에 크게 유행한 탈춤은 한국 민중극의 극치임에 틀림이 없다. 탈춤을 말 그대로 풀이해보면 탈을 쓰고 노는 놀이이다. 자신을 숨기는 탈(가면)을 쓰고 평소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는 행위이다. 한마디로 서민들이 양반이나 무당, 아내와 첩, 또는 하인의 행색으로 분장하여 짜증스러운 현실을 놀이화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나 일본처럼 직업적인 배우가 따로 있을 필요도 없다. 또한 무대와 관객을 따로따로 갈라놓는 다른 나라의 가면극과도 사뭇 다르다. 공연자와 관객이 한 마당에서 어울려 즐기는 마당놀이[①]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춤은 민중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놀이로서 발전되어 왔다. 거침없는 행동과 걸죽한 입담으로 양반들의 허위와 가식을 가차없이 풍자해내는 말뚝이②의 모습이나 고명한 파계승이 여인을 희롱하는 모습 등 하나같이 민중들의 비판의식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일반서민들은 이런 행위를 통해 억압받는 자신의 울분을 통쾌하게 풀 수 있었던 것이다.
1980년대 들어 한국 대학가에 번진 민중운동과 연계되어 새삼 널리 보급된 이 탈춤이 이제는 일반적으로 대중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또 하나의 민속놀이로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다. 일반인들이 취미로 직접 탈을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으며, 직접 탈춤을 지도교습하는 곳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물론 전문적으로 탈춤을 배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직접 체험해보고 느끼도록 하는 데에 의미를 둔 것이다.
요즘은 서울마당 같은 곳이 있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직접 공연되고 있는 탈춤을 쉽사리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전승이 거의 중단되었던 탈춤이 다시 일반대중의 일상적이고 보편화된 대중예술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