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최근 한·중 두 나라 언어의 대조 연구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중 또는 중·한 대조 연구는 한자어를 비롯한 실사 위주로 이루어졌으며, 허사에 관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교착어인 한국어와 중국어의 언어 형태상의 차이에 기인할 뿐만 아니라, 중국어 허사 연구 자체의 어려움과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한국어에서는 방향을 표현하는 형식과 처소를 표현하는 형식 간에, 그리고 공간을 나타내는 형식과 시간을 나타내는 형식 간에 명확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모국어 화자가 아닌 외국인 화자가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이해하고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상의 분석결과를 개괄하면 다음과 같다.
1. 한국어의 ‘-로’와 ’-에’는 부사격 조사이지만 중국어의 ‘-到’는 전치사이다. 그런데 중국어 전치사 ‘-到’는 문법화의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동사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어 부사격 조사는 순수한 문법 표지로만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어 전치사 ‘-到’는 한국어 부사격 조사 ‘-로’나 ‘-에’보다 그 자체의 의미 기능이 훨씬 뚜렷하고 강하다고 할 수 있다.
2. 한국어 ‘-에’는 ‘목표 처소’, 즉 방향의 의미로 쓰일 때에만 전치사 ‘-到’ 와 대응된다. 그러나 ‘일반 처소’ 의 의미로 쓰이는 ‘-에’는 중국어의 ‘在’ 와 대응되지 전치사 ‘-到’ 와는 관계가 멀다.
3. 한국어 ‘-로’의 용법으로는 ‘방향, 경로, 변화의 결과, 재료’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到’와 대응할 수 있는 용법은 ‘방향’뿐이다. ‘경로’를 나타내는 ‘-로’는 역시 ‘경로’를 나타내는 중국어 전치사 ‘-经’에 해당하고 ‘-到’와는 무관한 것을 볼 수 있다. 나머지 ‘변화의 결과’, ‘재료’ 등도 중국어의 ‘到’와 대응되지 않는다.
4. 중국어 전치사 ‘到’가 방향 의미를 강조할 때는 한국어 ‘-로’와 대응되지만 [종점], [도착지]를 강조할 때 ‘-에’와 대응된다. 그러나 중국어 ‘坐(앉다)’, ‘趴(엎드리다)’ 등 자세동사 뒤에 오는 ‘-到’ 즉 ‘자세V-到-NP’ 형식의 ‘到’는 모두 ‘-에’로 번역될 수 있다.
이상 한국어 조사 ‘-로’, ‘-에’와 중국어 전치사 ‘到’의 대응관계 및 대역 관계 등을 나름대로 고찰하였는 바 이 대조 분석이 한국어나 중국어 초학자들에게 다만 얼마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